2008.02.18 00:08


러시아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내게 하는 질문은 한결같다. 도대체 그곳의 겨울은 얼마나 긴가 하는 것이다. 북방은 일년 내내 겨울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러시아에도 한국과 같은 사계절이 있다. 다만 러시아의 여름은 한국처럼 무덥지 않을 뿐이다. 기분 좋을 만큼 상쾌한 것이 한국의 가을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래서 외국인들은 러시아에서 가장 매력 있는 계절을 여름으로 꼽는다.


기후 현상을 넘어 문화가 된 백야
러시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여름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해 얘기할까 한다. 러시아 제2의 도시로 300여 년 동안 제정 러시아의 수도로 위용을 자랑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원은 1703년 표트르 1세가 러시아 절대 왕정의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기로 하고, 네바 강 하구에 페트로 파블로프스크 요새를 세우기 시작하면서다. 요새 안에 있는 페트로 파블로프스크 성당은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시민들은 지금도 성당 첨탑 위의 십자가를 든 천사가 이 도시를 보호하고 있다고 믿는다.





도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네바 강 주위에는 많은 섬과 운하가 연결되어 있어서 사람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북방의 베니스라 부른다. 이곳이 서유럽의 다른 도시에 비해 훨씬 더 자연과 조화로워 보인다면 아마도 아름다운 궁전들이 넓은 강변을 따라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표트르 대제가 새로운 수도를 위해 공을 많이 들인 덕분이다.
도시 전체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네바강 남쪽에 있는 성 이삭 성당의 돔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도심을 걸어 다니면서 보는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며칠 전 우연히 서울의 한 서점에 들렀다가 그 광경을 찍은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벌써 향수병에 걸렸나 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이 특별한 건 바로 백야 때문이다. 북쪽 지역에서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지속되는 백야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아오는 건 초여름인 6월부터 7월까지다. 해는 벌써 가버리고 그림자조차 남지 않았는데 도시는 시간이 멈춘 듯 해 질 녘의 황혼빛에 물들어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래된 건축물들 위에 떨어지는 파스텔톤의 어스름한 빛은 백야가 만들어내는 매력이자 유혹이다. 네바 강은 밤이면 다리를 열어 배들을 맞이



하고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기 위해 밖으로 몰려나온다. 여느 때와는 다른 가슴 설렘과 흥분, 뭔가 다른 정신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 어쩌면 일년 중 가장 낭만적인 시기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설렘은 문학에도 투영되어 도스토예프스키는 「백야」를 남겼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생을 마감한 대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사랑을 그리워하고 그 사랑에 애태우는 남녀의 가슴 속을 자신의 일인 듯 들여다본다. 백야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주인공들의 만남과 사랑의 고백을 따라가노라면 절로 이 아름다운 도시에 동경을 품게 될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는 단순한 기후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다. 백야가 다가오면 기다렸다는 듯 콘서트홀과 극장에서는 클래식 음악 연주회를 열고, 세계적인 작품을 잇달아 무대에 올린다. 네바 강 부근에서는 야외 재즈 콘서트가 열리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유람선을 타고 강을 따라 흐르며 콘서트를 즐긴다. 유럽의 몇몇 재즈 음악가들은 일부러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기도 한다. 그들은 물과 빛의 도시에서 맞는 백야의 특별한 빛이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출처 : http://tong.nate.com/justinkim/7176788

Posted by 스노우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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