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4 04:42
2008년이 궁금해진다. 2008년 1월 한국영화는 어떻게 줄지어 있을까? 내년 설 연휴까지 빽빽이 들어찬 한국영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올 한 해 위기설로 휘청거린 한국영화계, 내년에도 녹록지는 않다. 하지만 2008년 1월 1일부터 상반기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구정 연휴를 사이에 두고 충무로 기대작들이 대거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속단하긴 이르다. 2008년 1월엔 올해 1월보다 훨씬 많은 한국영화가 포진해 있고 장르 또한 다양하다. 12월 배급을 시작하는 싸이더스FNH와 내년 충무로 첫 발을 디디는 SK텔레콤 등 각 배급사들의 배급전쟁도 치열하다. 2008년 가장 먼저 개봉하는 영화는 1월 1일 개봉작인 <기다리다 미처>(아이필름/블루버스픽쳐스 제작, 시네마서비스 배급)다. 류승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기다리다 미처>는 군 입대를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로 손태영, 장근석, 데니안, 우승민 등의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발랄한 연애담이다. 1월 10일엔 임순례 감독의 신작 스포츠 드라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MK픽처스 제작, 싸이더스FNH 배급)이 기다리고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명승부를 연출한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로,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등이 국가대표 아줌마들과 코치로 열연을 펼친다. 국내에선 좀처럼 시도되지 않고 성공한 적 없는 스포츠 소재 영화여서 흥행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1월 중순부터 싸움은 뜨거워진다. 시네마서비스가 제작, 배급하는 <뜨거운 것이 좋아>와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이하 '쇼박스')가 배급하는 <마지막 선물>이 1월 17일에 맞붙는다. <싱글즈> 권칠인 감독의 신작 <뜨거운 것이 좋아>는 나이도 성격도 전혀 다른 세 여성의 일과 사랑을 그린 영화. 이미숙, 김민희, 그리고 인기 소녀그룹 '원더걸스'의 안소희가 주연을 맡았다. <마지막 선물>은 <무영검> 김명준 감독의 신작.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살인범 아버지와 희귀병으로 죽어가는 어린 딸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신현준이 주연을 맡았고 허준호, 권오중 등이 출연한다. 쌈지아이비젼영상사업단이 제작,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가 배급하는 범죄액션물 <무방비도시>는 1월 10일과 17일 중 개봉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의 FBI’라 불리는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리며 김명민, 손예진의 캐스팅으로 제작 초기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다. 김명민은 광역수사대 형사로, 손예진은 기업형 소매치기 조직의 리더로 분해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1월 마지막 주부터는 본격적인 설 연휴 전쟁이 벌어진다. 2월 6일부터 시작되는 구정 연휴를 노린 작품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이다. 1월 31과 2월 5일 사이 개봉을 목표로 하는 한국영화만 무려 일곱 편. <라듸오 데이즈> <더 게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모던보이> <추격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 <6년째 연애중>이 격돌한다. 유난히 눈에 띄는 건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함께 개봉한다는 점이다. 우선,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 <라듸오 데이즈> <모던보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가 그렇다. 이중 가장 큰 규모는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정지우 감독의 신작 <모던보이>(K&J 엔터테인먼트 제작, CJ 배급). 1937년 서양과 동양의 문물이 뒤섞인 경성에서 벌어지는 모던한 남녀의 연애 이야기다. 박해일이 세상엔 관심 없이 낭만을 좇는 '모던보이' 이해명을, 김혜수는 비밀스런 '모던걸' 조난실 역을 맡았다. 싸이더스FNH의 야심작인 하기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라듸오 데이즈> 역시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국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인 경성방송국을 소재로 한 영화. 류승범이 얼떨결에 라디오 PD가 된 한량 청년으로 분해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SK텔레콤의 첫 배급작인 박용우, 이보영 주연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제작 윈엔터테인먼트)는 1910년대가 배경이다. 경주 석굴암에서 발견된 보석을 둘러싸고 일본과 조선의 암투를 그린 코믹액션물이다. 세 편은 먼저 개봉한 작품의 선입견으로 후발주자일수록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인지 한꺼번에 몰려 개봉하는 추세다. 이중 <모던보이>는 배급사 CJ가 자체 제작 영화인 40억 규모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와 함께 개봉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 후반작업 추이를 봐서 두 작품이 1월 말과 2월 초로 나눠 개봉할 가능성이 높다.



쇼박스의 구정 야심작 <추격자>(영화사 비단길 제작)와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제작, 배급의 <더 게임> 역시 맞대결 구도를 이루고 있다. 나홍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추격자>는 2004년 전국을 들썩이게 한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연쇄살인범을 연기한 하정우와 그를 쫓는 추격자로 분한 김윤석이 연기 대결을 펼친다. <아홉살 인생> 윤인호 감독의 신작 <더 게임>은 금융가 재벌과 거리의 화가가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는 스릴러로, 변희봉과 신하균이 출연한다. 여기에 <말아톤> <좋지아니한가> 정윤철 감독의 신작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와 스튜디오2.0이 배급하는 로맨틱 코미디 <6년째 연애중>(피카소 필름 제작)까지 가세하면 구정 연휴 한국영화 전쟁은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다. 황정민, 전지현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가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믿는 사나이와 그를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PD가 만들어내는 휴먼 드라마는 점, 윤계상과 김하늘이 주연한 <6년째 연애중>이 6년 된 연인의 사랑이야기라는 점에서는 현실감 넘치는 드라마끼리의 대결도 예상된다. 2008년 초 한국영화는 확실히 ‘명절 시즌용 가족 코미디’ 대신 스릴러, 스포츠, 휴먼 드라마, 시대극 등으로 다변화됐다. 쇼박스 홍보팀 박진위 과장은 “유행을 따르는 천편일률적인 시도를 배제하고 작품의 완성도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영화 신년 전쟁의 한편에서 강력한 외화 복병들도 대기 중이다. 그중 '빅 무비'로 기대를 모으는 건 팀 버튼의 신작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이하 <스위니 토드>, 워너브러더스 배급)와 J.J. 에이브람스의 비밀 프로젝트 <클로버필드>(CJ 배급)다. 1월 17일 개봉 예정인 <스위니 토드>는 팀 버튼과 조니 뎁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신부> 이후 다시금 호흡을 맞춘 작품. 공포와 유머가 담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했다. 지난 7월 감독이나 배우 등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J.J. 에이브람스 제작’이라는 문구가 담긴 티저 예고편만으로 궁금증을 자냈던 <클로버필드>는 1월 24일 그 베일을 벗는다. 정체불명의 거대 괴물이 등장하는 재난영화로, 2008년 첫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소련 연방과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을 비밀리에 지원했던 미 상원의원 찰리 윌슨의 실화를 다룬 한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츠 주연,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찰리 윌슨의 전쟁>(UPI), 이연걸과 제이슨 스테이덤을 내세운 버디 액션물 <워>(롯데시네마(주)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가 1월 17일 개봉 예정이다.

1월 초부터 구정 연휴까지 이어지는 한국영화의 격돌엔 이유가 있다. 현재 촬영 중인 한국영화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을 포함해 약 7편 정도. 편당 평균 50여 명의 현장 스탭들이 참여하니 한국 영화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대략 350명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 촬영된 한국영화들 대부분이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개봉, 제작되는 한국영화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 초 한국영화의 흥행성적이 중후반으로 이어지는 한국영화 제작 및 투자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구정이 지나면 봄의 비수기와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다가오니, 한국영화로선 연초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 2008년 1월은 그래서 뜨거울 수밖에 없다.
Posted by 스노우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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